독일에 이사 올 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한국의 도시들보다 녹지가 많고, 평평한 지형때문에 달리기를 많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지는 몰랐다. 가끔 길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눈이 가긴 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길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았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되서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좋은 점이 많았지만, 출퇴근 시간마저 빼고 나니 집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심각하게 운동량이 부족해질 것 같아서, 살기 위해 아침마다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홈트레이닝에 별로 재미를 못 느낀 아내는 가끔 달리러 나가곤 했다. 말 그대로 가끔.
9월인가 아내의 달리기를 따라 나선게 나의 달리기 시작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계속 달리는 운동은 아니었다. 대충 1킬로 뛰어가서 맨몸 운동 하고, 다시 뛰어서 돌아오는 식이었다. 함께 뛰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고, 11월부터 앱을 설치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앱을 설치하고 기록이 저장되니까 그냥 달리는 것보다 확실히 재미가 생겼다. 속도도 나오고, 언제 얼마나 뛰었는지도 알 수 있고.
이 시기에는 신발도 집에 있는 신발 중에 그냥 통풍이 제일 잘 되는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날이 추워지자 달릴 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졌고, 근처에 있는 데카트론에 가서 런닝용 옷들은 한 벌씩 구비했다. 그리고 방한용 모자랑 장갑도 샀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뛰니까 별달리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한 번 뛰러 나가면 대략 5km나 6km 정도 뛰었다. 5km를 쉬지 않고 뛰는데까지도 한 두달 넘게 걸린 것 같다. 습관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날씨가 궂더라도 빼먹지 않고 뛰러 나갔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거나, 비가 오거나 하면 나가기 싫을 때가 생겼고, 아내도 나가기 싫다고 하면 한 두 번 미룬 적은 있다. 가령 토요일 오전에 날씨가 별로면, ‘내일 일요일 날씨 좋으면 뛰자’, 이렇게. 하지만, 일요일은 날씨가 더 나쁘거나 비가 더 많이 오거나 하면 결국은 한 주를 빼먹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면서 얻은 교훈은 “뛸 수 있을 때 뛰자”였다.
살면서 이 정도로 꾸준하게 한 운동은 처음이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얼마나 계속하게 될 지는 알 수 없었다. 계속 하다보면 습관이 생기고, 그 관성이 사람을 많이 바꾼다. ‘Atomic habit’같은 책들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조그만 변화의 지속, 계속할 수 있는 끈기가 뭘 만들어낼 수 있는 지를 너무 늦게 알았다. 2021년 달리기 이외에는 몇 가지 조그마한 습관들을 얻었고, 일부는 눈에 띄게 나머지는 소소하게 나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바뀌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