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달리기

독일에 이사 올 때,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한국의 도시들보다 녹지가 많고, 평평한 지형때문에 달리기를 많이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 지는 몰랐다. 가끔 길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눈이 가긴 했지만 막상 실천에 옮길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았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되서 코로나 때문에 강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좋은 점이 많았지만, 출퇴근 시간마저 빼고 나니 집밖에 나갈 일이 없었다. 심각하게 운동량이 부족해질 것 같아서, 살기 위해 아침마다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홈트레이닝에 별로 재미를 못 느낀 아내는 가끔 달리러 나가곤 했다. 말 그대로 가끔.

9월인가 아내의 달리기를 따라 나선게 나의 달리기 시작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계속 달리는 운동은 아니었다. 대충 1킬로 뛰어가서 맨몸 운동 하고, 다시 뛰어서 돌아오는 식이었다. 함께 뛰는 시간을 늘리기 시작했고, 11월부터 앱을 설치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앱을 설치하고 기록이 저장되니까 그냥 달리는 것보다 확실히 재미가 생겼다. 속도도 나오고, 언제 얼마나 뛰었는지도 알 수 있고.

이 시기에는 신발도 집에 있는 신발 중에 그냥 통풍이 제일 잘 되는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뛰었다. 날이 추워지자 달릴 때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졌고, 근처에 있는 데카트론에 가서 런닝용 옷들은 한 벌씩 구비했다. 그리고 방한용 모자랑 장갑도 샀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뛰니까 별달리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한 번 뛰러 나가면 대략 5km나 6km 정도 뛰었다. 5km를 쉬지 않고 뛰는데까지도 한 두달 넘게 걸린 것 같다. 습관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날씨가 궂더라도 빼먹지 않고 뛰러 나갔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거나, 비가 오거나 하면 나가기 싫을 때가 생겼고, 아내도 나가기 싫다고 하면 한 두 번 미룬 적은 있다. 가령 토요일 오전에 날씨가 별로면, ‘내일 일요일 날씨 좋으면 뛰자’, 이렇게. 하지만, 일요일은 날씨가 더 나쁘거나 비가 더 많이 오거나 하면 결국은 한 주를 빼먹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면서 얻은 교훈은 “뛸 수 있을 때 뛰자”였다.

살면서 이 정도로 꾸준하게 한 운동은 처음이다. 하지만 시작할 때는 얼마나 계속하게 될 지는 알 수 없었다. 계속 하다보면 습관이 생기고, 그 관성이 사람을 많이 바꾼다. ‘Atomic habit’같은 책들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조그만 변화의 지속, 계속할 수 있는 끈기가 뭘 만들어낼 수 있는 지를 너무 늦게 알았다. 2021년 달리기 이외에는 몇 가지 조그마한 습관들을 얻었고, 일부는 눈에 띄게 나머지는 소소하게 나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여전히 바뀌는 중이다.

독일 vs 한국 차이점

독일에 들어온 지 이제 6개월이 지나간다. 살면서 느낀, 한국과 다른 몇 가지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남들이 다 더 써둔 물가 이런 뻔한 것들 빼고. 내가 사는 곳은 베를린이니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점들도 있을 수 있겠다.

  1. 공사용 차량들이 깨끗하다.
    가끔 도로 공사를 하거나, 집 건축 공사 때문에 중장비들을 볼 때가 있다. 신기하게도 이 차량들이 엄청 광이 난다. 이게 무슨 법이 있어서, 이런 중장비들도 깨끗하게 세차하고 다녀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깨끗하다. 더구나 공사 현장도 대부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서, 공사 현장이 전체적으로 깨끗하다. Untitled
  2. 전자제품 등은 부가세 16%, 한국보다 비싸다.
    한국에서 애플이 폭리를 취한다 어쩐다 하더니, 실제로 독일은 훨씬 비싸다. 한국하고 쨉도 안 됨. 오디오 스피커나 앰프 등도 가격 비교해보면 한국이 훨씬 싸다. 물론 한국은 일부 브랜드 수입상 들이 장난 치는게 있긴 하지만. 그런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더 싸다.
  3. 미모는 좀 딸린다.
    예전에 신혼여행으로 그리스에 같을 때, 대낮에 아테네 전철 타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스 직장인들, 즉 일반인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전부 모델 뺨치게 생겼더라. 와~
    반면 독일에서는 그런 건 못 느꼈다. 요즘 세상에 언급하기 좀 위험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4. 위도 차이
    날씨도 다르지만, 가장 다른 건 위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낮과 밤의 길이가 다른 점이다. ‘총균쇠’ 읽다보면 동일 위도인 경우 인류의 이동이 더 쉽고, 그래서 동서로 긴 유라시아 대륙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도 더 발전했다 뭐 대충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딱 실감난다.
  5. 얌전한 강아지들
    개가 상당히 많다. 동네가 주택만 잔뜩 있는 지역인데, 동네를 한 바퀴 돌다보면 주인과 산책하는 개들을 많이 만난다. 대형견도 상당히 많지만, 대부분 조용하고 얌전하다. 한 마디로 교육이 잘 되어 있다. 가게 앞에서 ‘기다려’ 명령 내리고, 주인이 쇼핑하고 있는 동안 얌전하게 가게 밖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 보면 진짜 신기하다. 동네 몇몇 집에 사람 보면 짖는 개들이 몇 마리 있긴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개들이 참 착하다. 그래서 개가 더 키우고 싶어진다.
  6. 고양이
    버려진 동물이 없어서이겠지만, 고양이는 보기 어렵다. 누가 고양이 산책 시킬 리도 없고, 길고양이 따위는 없다.

  7. 새가 진짜 많다. 이 동네는 10미터, 20미터 되는 가로수들이 대다수라서 동네 자체가 나무가 울창한데, 대충 한 10종류 되는 새들이 울어댄다. 이게 한국하고 제일 차이나는 부분일 수 있겠다.
  8. 자동차
    동네 주차된 차들의 절반이상이 밴(5도어) 차량이다. 중대형 세단 같은 건 10프로도 안 된다. 그리고 오픈카(컨버터블)이 꽤나 많이 굴러다닌다.

나중에 생각나면 더 추가…

 

 

독일 이동

Finair를 타고 헬싱키까지 11시간. 3시간 대기했다가 다시 Finair로 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독일 테겔 공항으로 입국했다.

Finair를 타고 온 이유는 퐁이님이 열심히 조사한 결과 추가 수하물의 가격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수하물을 1인당 1개(23kg 제한)만 가져올 수 있는데, 추가로 1개의 수하물에 대해 대략 6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만 내면 되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에는 두 배나 비쌌다. 우리가 출발한 날짜가 마침 한국의 설날 연휴시즌에 걸쳐서 비행기 티켓 가격 자체가 매우 비쌌다. 막상 꼭 필요한 짐을 고르고 골랐는데도 가지고 갈 것들이 많았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예약해둔 콜밴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수서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번에 이동하니까 엄청 편했다. 운전하시는 분도 엄청 친절하셨고. 지윤님은 지출이 크다고 생각했지만, 엄청 만족스러워 했다. 나는 당연히 땡큐. 대형 수트케이스 4개에 기내용 수트케이스 1개, 각자 백팩까지 메고 공항버스 타고 왔다면, 비행기 타기 전부터 짜증이 만땅일 것이 확실했으므로.

인천공항에서 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한바탕 혼란이 있었다. 수속하시는 분이 기내용 짐을 올리라고 했는데, 1인당 (8kg)으로 제한이 되어 있었다. 이걸 우리는 하나당 8kg으로 생각해서, 백팩을 상당히 무겁게 가져왔다. 백팩 2개와 소형 수트케이스의 합계 무게를 16kg로 줄여야 했다. 중요한 건, 한 사람이 8kg를 넘으면 안 되니까 결국 백팩 2개의 무게를 8kg으로 맞춰야 했다. 소형수트케이스는 가방 자체의 무게 때문에 한 명이 따로 들고, 다른 한 명이 백팩 두 개를 들어야 하는 상황. 다행이 대형 수트케이스에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그 가방들로 짐들을 이동시켜서 거의 비슷하게 맞췄다. 그리고 부피가 작으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들(보조배터리 같은 것들)은 주머니에 넣었다. 공항 바닥에 가방을 펼쳐서 짐을 재배치하는 것이 좀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우리 말고도 몇몇 사람들이 비슷한 짓을 하고 있어서 약간은 위안이 되었다.

우리를 고생시킨 기내용 수하물

20분 정도 짐 정리를 하고 다시 짐 무게를 측정해서 통과를 받았다. 휴~

공항에서 잠깐 쉬었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콘솔이 완전 터치스크린이어서 좀 신기했다. 쌔삥 비행기인가 보다. 좋은 비행기이건 후진 비행기이건 11시간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줄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잠 자다가 영화보다가 하면서 버티다 보니 헬싱키에 착륙했다.

헬싱키 공항. 당연히 처음 와보는데, 시설들이 굉장히 깨끗하고 넓었다. 취업비자인 경우에 헬싱키 공항에서 좀 까다롭게 입국수속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어서, 약간은 긴장하고 수속을 했지만 딱히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고 수속은 끝나서 다행이다 싶었다.

헬싱키 공항에서 3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면세점 구경을 했으나 딱히 살 것도 없어서 재미가 없었다. 더구나, 짐 무게 때문에 checkin 담당자가 면세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해서 뭐 살 수도 없었다. 다시 짐 무게를 재지는 않겠지만, 쓸데없이 하지 말라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동네 물가가 장난 아니라는 말을 듣긴 했는데, 깜짝 놀란게 500ml 짜리 가장 싼 생수를 하나가 6천원이 넘었다. 진짜 도둑놈들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천원어치씩 마시는 기분이라서 아껴먹지 않을 수 없었다. 허허…

헬싱키 공항 기념품 샵

2시간의 비행 동안 뒤에서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쉴새 없이 떠들었다. 또 우리 뒷좌석에 앉은 두 명의 남자가 계속해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데, 한 명의 목소리가 무지하게 컸다. 특정 나라 사람만 시끄러운 것은 아니다라는 것. 목소리 크기가 중요하다는 것. 그다지 쾌적하지 않은 두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테겔에 입성.

안되는 영어로 호텔에 전화해서 셔틀 보내달라고 해서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머큐리 어쩌구 호텔 . 그냥 평범한 비지니스 호텔 스타일이지만, 공항에서 5분 거리라서 다음날 일찍 비행기 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여기 조식이 정말 최고이므로, 꼭 놓치지 말고 먹기 바람. 부페식인데 음식으로 소량으로 만들어서 내놓아서 정성이 담겨보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좋은 호텔 별로 안 다녀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No.1. 구글 리뷰를 봐도, 호텔 자체의 평가는 보통이지만, 조식에 대한 칭찬은 무지 많다.

전기 스위치 작업 또

이전의 스위치 위치를 훌륭하게 교체해 낸 덕에, 이제 집안에서 전기 전문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래서 화장실 스위치보다 더 생각없이 붙어있는 거실 조명 스위치 교체 작업을 하라는 명을 받았다.

원래 외부 조명 등이 있어야 할 위치

현재 거실 스위치는 저렇게 한 군데에 6개짜리 스위치로 설치되어 있다.

사실, 우리가 처음에 요청했을 때는 ‘요기’라고 써진 위치에 실외등 스위치와 인터폰 및 전원 콘센트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근데 벽을 보호하려고 한 건지, 현재 위치에 인터폰과 실외등을 포함한 스위치를 만들어주셨다. 그리고, 전원 콘센트는 아예 빼먹어 버리고. 이걸 발견하고는 위치를 올겨달라고 했더니, 벽을 뜯어야한다는 둥, 어렵다고 이야기해서 그냥 포기했다. (솔직히 속으로는 벽을 뜯든 뭘하든 해달라고 할까 했지만) 저거 말고도 이미 개판인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닌 지라.

몇 일 지내보니, 저 위치에 전원 콘센트가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거실 청소할 때 매우 쓸모있는 콘센트 위치인데.

전기 기사가 해놓은 꼬라지. 개판 오분 전.

이상한 곳으로 이야기가 샜다. 현재 스위치는 요렇게 되어 있다. 딱 봐도 사용자는 전혀 생각 안 한 배치이다. 직관적이지 않아서 견출지라도 붙여놓지 않으면 원하는 조명을 한 번에 켤 수가 없다.

이걸 ‘거실등 뒤’와 ‘실외등’ 스위치를 위치를 바꿔서 뭔가 쓰기 편하게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해보자.

공구를 준비하고, 이번에는 소형 전동드릴도 함께 준비했다. 내 손가락은 소중하니까.

지난 번과 동일한 작업이니까 바로 시작.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드라이버로 당겨보니 안 열린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잘 살펴보니, 위 사진처럼 뚜껑에 홈이 있다. 여기에 드라이버를 넣어서 힘을 줘봤으나, 역시나 각이 안 나온다.

이제는 머리를 써서 망치를 대고 힘을 줬더니 ‘드디어 성공’. 정말 간단한 일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나중에 도배하시는 분들을 보니, 껌 떼는 자처럼 생긴 평평하고 납작한 주걱으로 1초만에 뚜껑을 여는 걸 보고 엄청난 감탄을 했다. 역시 노하우.

뚜껑을 벗기면 이렇게 스위치가 나오는데. 이제 나사를 꺼내면 된다.

벽지 더러운 것 보소. 30년을 도배를 했다는 아주머니가 도배를 얼마나 추접스럽게 해놨던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도배를 나중에 다시 했다.

전동 드릴을 써먹자.
스위치 뒷면은 이렇게 되어 있다.
이렇게 색깔별로 구분되어 있다.

빨간 선은 그냥 전체적으로 다 연결되는 선이라서 손 댈 필요가 없고, 검색, 녹색, 노란색 선을 원하는 위치로 바꿔서 끼우면 된다.

위치 바꾸는 중
원하는 대로 바꾼 모습

다 끝나고 원상 복구 시키지 전에 반드시 테스트해보자. 이렇게 위의 스위치 두 개를 켜면, 거실의 앞 뒤 조명이 모두 켜져야 한다.

이렇게

전기 작업은 생각보다 전선이 매우 두꺼워서 맨손으로 작업하기는 어렵다. 뻰찌 (이거 일본말일텐데, 다른 말을 몰라서 그냥 씀)를 이용해야만 선을 구부리거나 위치 변경도 할 수 있다.

제일 좋은 건 전기 공사 하기전에 명확하게 알려주고, 끝나기 전에 테스트해보는 건데. 항상 붙어서 지켜볼 수는 없으니, 제대로 된 사업자랑 계약해서 일하는 것이 최고다.

이제 전기 손대는 건 별 일 아니게 할 수 있게 된 건가? 스스로 대견스럽다. 카하하하하하하…

체코 프라하로 출발

6주간 해외 여행을 하기로 하고, 일단 Airbnb로 체코의 2주 숙소를 예약했다. 체코 프라하로 들어가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나오는 계획이다. 프라하에서 2주 지내고, 다음 2주는 독일 베를린에서 지낼 예정.

1주일 전부터 여행용 수트케이스를 사고, 짐을 싸고… 출발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로 출발~.

공항 터미널에서 수속을 다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다시 꿀잠.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걸로 아는데, 추석 연휴가 끝나는 시점이라서 그런지 한산했다.

한산한 인천공항 2터미널. 새 건물이라서 엄청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도심공항 터미널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사람들은 별도의 통로로 이동 가능.

인천공항 출국장 통과

너무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2시간 남아서 공항 안을 배회하면서 놀았다. 면세점 구경하면 시간 잘 간다는데, 우리는 딱히 살 것도 없고, 쇼핑도 별로라서 그냥 멀뚱멀뚱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면서 기다렸다.

비가 살짝 내리는 인천공항.

출발 전날 혹시나 해서, 좌석 변경을 시도했는데, 3자리가 모두 비어있는 좌석들이 좀 생겼다. 하루 사이에 옆자리가 채워지지 않길 바라면서좌석을 변경했다. 아니나 다를까 옆자리가 빈 채로 출발. 시작부터 횡재한 기분이다. 부지런한 퐁이님 덕분에 11시간 동안 좀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이륙 후 영화 알라딘을 한 편 봤으나, 화면을 계속 보면 눈이 아프고 잠이 왔다. 계속 잠자면 시차적응이 더 어려울 것 같아서, 백팩에 넣어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 상공을 지나는 중

밥을 두 끼 먹고, 잠 자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장시간 비행기 타면, 우리에 갇혀 사는 가축이 된 기분이다. 그냥 밥주면 밥먹고, 아무 하는 일 없이 정해진 자리를 지켜야 하니. 죽을 맛이다.

긴 비행을 마치고 프라하에 도착. 뭔가 한국과는 다른 냄새가 났다. 약간의 향신료 냄새인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책방 냄새인 것 같기도 하고.

프라하 공항 1터미널

출발 전에 USIM을 하나 살까 하다가 ‘그냥 체코 가서 사자.’하고 왔는데, 시작부터 불편했다. Airbnb 집주인과 채팅도 해야 했고, Uber 택시도 잡아야 하는데, 공항 WIFI가 잡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다보니… 일단 Uber 택시의 승차 장소를 어디를 찍어야 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다. 택시 승차장으로 우버를 부를 수는 없을 테고, 승차장으로 이동하면 기사와 전화를 할 수 없으니 정확하게 출발 위치를 정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짧지만 많은 혼란과 말다툼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프라하 공항 각 터미널은 Uber 승차장이 정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한국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Uber 차량에 승차할 수 있었다.

프라하 공항 1터미널의 Uber 승차 위치. 1주차장의 Standpoint 8.

무섭게 생긴 아저씨(아마 나보다 한참 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서양 사람 나이를 잘 모르다보니)는 출발할 때 ‘Music Ok?’ 한 마디 물어보고는 이후에 별 말 없이 Airbnb 숙소에 내려주셨다.

레고 블루레이 진열장

이사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드디어 진열장 정리를 완료했다.

이전에 살던 집은 온통 붙박이로 된 장을 만들어서 살았는데,

지금 집은 진열장이 없다보니, 장을 사는 것부터 문제였다.

열심히 벽 길이를 재고, 이케아에서 적당히 크기와 색상이 맞는 선반을 샀다.

만드는 것도 2주 걸리고, 1주일마다 조금씩 상자를 열어서 진열을 했다.

일부 레고들은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분해해서, 다시 상자 안으로 고고.

하단을 2단으로 하면 모듈러가 2개 들어가서 아주 맘에 드는 사이즈.

img_1965 (1)
미니쿠페, 폭스바겐, 미니 모듈러랑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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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든 건담이랑 나의 동키 슈렉 피규어 등등

 

img_1968 (1)
스타워즈랑 부동산

 

img_1969 (1)
펫샵과 소방서, 소방서 종이 높이가 안 맞아서 옆으로 옮겨둔 상태였는데… 그대로 사진 찍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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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및 마블에 나오는 차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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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샷. 중앙은 블루레이 위아래로 레고들. 

전기 스위치 위치 바꾸기

제주도에 리모델링 중인 집의 화장실 스위치가 두 개인데, 희한하게 아래 스위치가 전구이고, 윗쪽 스위치가 배기팬이다. 쓰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해서 퐁이님이 불만 폭주 중이시다.

남편이 컴퓨터만 하는 바보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내가 바꾸겠다고 대뜸 큰 소리 쳐두었는데, 퐁이님이 마침 안 계신 틈을 타, 드디어 실행할 때가 되었다.

자 시작해볼까.

우선 메인 스위치를 내리고.

대충 공구를 준비한다. 사실 드라이버만 있으면 되지만, 쓸데없이 준비가 길다.

요놈이다. 오늘 손 볼 녀석은 위와 아래의 기능을 바꾸는 것이고, 나의 본업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화면에서 버튼의 순서를 바꿔주세요’라는 요구사항에 대한 UI 개선에 해당하겠다. 상황에 따라서 사용성 결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부서지지 않게 살짝 들어낸다.

성공. 이제 두 개의 고정 나사를 풀어낸다. 드라이버 돌리다보니 나사가 엄청 길어서, ‘전동 드라이버로 할 걸’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손으로.

드디어 완료. 선의 위치를 잘 기억하고, 위와 아래를 바꾸면 된다. 선이 왜 3개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뒷면의 배선도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선을 바꾸기 위해서 선을 꺼내야 하는데, 분명히 옆에 있는 버튼을 눌러서 선을 빼내는 것 같으나, 아무리 힘을 써도 안 됐다. 결국 일시 중지하고 인터넷 검색 시작. 찾아보니 일자 드라이버로 꾹 눌러야 나온다고. 결국 힘이 부족했던 것인가….. 드라이버 온 힘을 다해서 눌렀더니.

아하하. 드디어. 깔끔하게 선을 빼고 나니 후면에 회로도가 있고, 선이 3개만 있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 똑똑하다.

이제 위와 아래의 선을 바꿔서 다시 끼우고. 두둥. 스위치를 올리니. 얍.

불이 잘 들어온다. 남자다잉~ 이제 퐁이님 오시면 칭찬 받을 일만 남았다.

다시 스위치를 조립해두니, 뿌듯하다. 하루 밥값했으니, 이제 쉬자. 하하.